시사칼럼
K-교육특별시, 이제 현장의 변화로 증명하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출범 100일 4대 핵심과제 발표에 부쳐
  • 입력 : 2026. 10.08(목) 16:20
  • 호남매일뉴스
[호남매일뉴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출범 100일을 맞아 'K-민주주의 교육, 수업 혁신, 지역 정주, 현장 밀착'을 4대 핵심과제로 발표했다. 교육청은 이번 발표로 초기 조직 안정화를 넘어 본격적인 정책 실행 단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통합교육청의 첫 정책 청사진이 나온 만큼 기대도 크다. 동시에 이번 발표가 거창한 구호로만 남지 않길 바란다. 'K-교육특별시'는 아이들이 매일 만나는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미래 표준'은 교사가 서있는 오늘의 교실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이번 발표가 말이 아니라 현장의 변화로 증명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교육활동 보호, 이번에는 말로만 그치지 말라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 추진단 운영, 권역별 교육활동보호센터 신설, 교권보호관의 학교 상주와 원스톱 지원은 현장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내용이다. 방향은 환영한다. 문제는 실행이다.

교권보호관이 실질적인 힘을 가지려면 교육활동과 학교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교원과 전문직이어야 한다. 학교 사정을 모르는 외부 인력이나, 여러 업무 가운데 하나로 교권보호를 떠안는 겸직 인력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상주하는 원스톱 지원'은 불가능하다.

하나. 서·논술형 평가 확대, 추진을 전제로 한 의견수렴은 공론화가 아니다
교육청은 서·논술형 평가를 2027년 초등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확대하되,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방법과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확대를 기정사실로 두고 속도만 묻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추진을 전제로 한 의견수렴은 공론화가 아니라 절차적 명분 쌓기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는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 맞게 평가 방법을 설계하고 운영할 권한, 즉 교사의 평가권을 교육청이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평가 혁신을 말하면서 정작 평가의 주체인 교사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모순이다. 그동안 열린 토론회와 공청회에서 현장 교사들이 보인 압도적인 반대 의견을 교육청은 명심해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하나. 업무 재구조화와 현장영향평가제는 환영한다. 서·논술형 평가부터 적용하라
학교 행정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새로운 정책이 학교 업무를 얼마나 늘리는지 시행 전에 따져보는 '교육정책 현장영향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은 환영한다. 정책을 만드는 교육청이 학교의 부담까지 책임지겠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묻는다. 학교업무지원센터는 2027년 '시범운영'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학생의 평가와 교사의 수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서·논술형 평가는 왜 검증 없이 시행 일정부터 정하는가. 행정은 실패할까 봐 시범운영을 하고, 교육은 실패해도 된다는 것인가.

교육청이 스스로 만든 원칙을 교육청의 대표 정책부터 적용하라.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 대해 먼저 현장영향평가를 실시하라. 교사의 문항 개발과 채점 노동, 평가 관련 민원, 학교급·학교 규모별 격차를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행·개선·중단 여부를 결정하라.

하나. 영재학교 3교·과학고 3교, 특권학교로 '교육지산지소'를 채울 수 없다
교육청은 '교육 기회를 넓힌다'고 하면서, 정작 가장 구체적인 인재 양성 대책으로 영재학교 3교·과학고 3교 체제를 내놓았다. 교육 기회를 넓히겠다면서 그 대책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늘리는 것이라면, 넓어지는 것은 아이들의 기회가 아니라 경쟁의 문턱이다.

선발형 특권학교 6곳을 키우는 순간, 입시 경쟁은 고등학교 단계에 머물지 않고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내려가 사교육을 팽창시킬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걱정한다면서 지역 학부모를 사교육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정책 목표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역 아이들 대다수가 다니는 일반계고등학교를 살릴 방안은 이번 발표 어디에도 없다. 공교육의 미래 표준은 특권학교의 숫자가 아니라, 평범한 학교에서 모든 아이가 누리는 교육의 질로 증명되어야 한다. 특권학교 확대 계획을 재검토하고, 일반고 전체의 교육 여건을 두텁게 하는 대책을 내놓으라.

하나. 본청 슬림화, 인원과 예산으로 증명하라
본청을 슬림화하고 집행 권한을 교육지원청과 현장으로 이관하겠다는 말은 교육감이 그동안 여러 차례 해 온 약속이다. 이번에는 제발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슬림화는 조직도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본청의 인원과 예산을 파격적으로 줄이고, 그만큼을 교육지원청과 학교 지원 기능 강화로 증명되어야 한다.

하나. 100일의 소통, 아쉽고 우려스럽다
지난 100일 동안 현장 교원과의 소통은 단 1회에 그쳤고, 그마저도 형식에 머물렀다. 교육시민단체와의 소통은 사실상 없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광역 교육행정 통합이라는 전례 없는 과제를 추진하면서 현장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그 어떤 핵심과제도 현장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교육청은 스스로 'K-교육특별시를 현장과 함께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에 걸맞게 현장 교원, 교원단체, 교육시민단체와의 정례적이고 실질적인 소통 구조를 마련하라. 정책을 발표한 뒤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설계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여야 한다.

출범 100일, 이제 통합교육청은 발표가 아니라 실행으로 평가받는다. 전교조 광주지부와 전남지부는 교육청이 약속한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책에는 단호히 맞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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